1. 수술의 시작과 발전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도구로 인체의 일부를 제거하거나 조작하는 것은 인류 역사상 오래된 개념이다. 선사시대의 두개골에도 구멍을 뚫었던 흔적이 있는 것을 보면, 짐작컨대 병을 사악한 영혼이나 망상이 깃든 상태로 보고 원시적인 해결책을 강구했던 듯하다. 기원전 18세기 문서로 고대 바빌론을 다스리던 법을 설명해 놓은 함무라비 법전에도, 의료과실에 대한 사상 최초의 형벌로 추정되는 내용이 나온다. 고름을 빼내다가 환자를 죽게 한 의사에 게 손목을 자르는 벌을 내린 것이다. 당시 감염의 가능성을 고려하면 아무리 작은 수술이라도 위험부담이 컸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수술이 실패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원전 수백 년부터 인도 의사들은 종양 제거나 각종 절단 등의 수술에 성공했다. 수십 가지의 금속 도구를 개발하고, 알코올로 환자의 고통을 둔화시켰으며, 뜨거운 기름과 타르로 지혈했다. 그 후 수백 년 동안 주목할 만한 업적을 남긴 의사로는 1500년대의 앙브루아즈 파레가 있다. 왕의 주치의였던 그는 환부를 아물게 하는 방법으로 고통스럽게 인두로 지지는 기존의 소작법 대신 혈관 등을 묶는 결찰술을 사용했던 혁신가였다. 1700년대 후반에는 영국 외과의사 존 헌터가 실험을 통한 수술 지식을 집대성하여, 외과의사라는 직업의 사회적 평판이 좋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감염, 해부, 병의 원인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던 수술은 19세기 들어 2가지 발견을 통해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우선 윌리엄 모턴은 1847년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시연에서 에테르를 전신마취제로 사용하여, 환자의 고통을 덜고 의사의 재량권을 늘리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몇 년 전 크로퍼드 롱이 조지아에서 최초의 전신마취 수술에 성공했지만, 모턴의 시연이 이 개념을 전파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또 20년 후에는 스코틀랜드 외과의사 조지프 리스터가 루이 파스퇴르의 세균 발견에서 영감을 얻어, 석탄산으로 환부를 덮어 세균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19세기말에 이르자 외과의들은 위나 장의 일부를 제거하여 암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고, 맹장수술이 일반적인 맹장염증 치료법이 되었다. 20세기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변화가 더욱 급격해졌다. 외과의들은 X레이나 기타 이미지를 기초로 수술을 계획하고, 레이저의 극고온과 저온학의 극저온, 광섬유의 극소형을 이용해 훨씬 더 징교한 수술을 하게 되었다. 첨단장비를 동원해 환자의 호흡과 혈류를 모니터링하고 유지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또 수술로 신체부위의 제거뿐 아니라 교체가 가능해졌고, 다른 사람의 장기뿐 아니라 플라스틱과 금속으로 만든 인공장기로의 교체도 가능해졌다.
복강경 검사법이란?
섬유광학 기술의 발전과 비디오 장비의 소형화는 수술의 혁명을 초래했다. 전에는 위험한 절개, 전신 마취, 장기간 요양이 필요하던 수술이 이제 국부 마취와 한두 군데의 간단한 절개만으로 가능해졌다. 복강경 검사법(Lapparoscopy)이란 광섬유 조명, 비디오 장치, 초소형 수술도구를 갖춘 내시경이라는 관을 통해 복부 주요 장기를 검사하거나 수술하는 기법이다. 복부를 작게 절개하여 집어넣은 비디오 장치는 의사가 역시 작게 절개하여 삽입한 수술도구를 조작하는 동안 시각적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난관 결찰, 맹장수술, 담낭 제거 등 많은 수술이 현재 이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관절경 검사법(Arthroscopy)은 이와 유사한 기술을 사용하여 관절과 뼈를 검사 및 치료하는 방법이다.
2. 유전학
바빌로니아의 목동과 농부들은, 그 원인까지는 모르더라도 동물들이 특정한 형질을 자손에게 물려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시대 점토판을 보면, 대추야자나무를 타가수분(곤충이 나 바람, 물 따위의 매개에 의하여 다른 꽃에 서 꽃가루를 받아 열매나 씨를 맺는 일) 시키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공식적인 유전학 연구는 1800년대 중반에 오스트리아의 식물학자이자 수도사였던 그레고르 멘델이 수도원 정원에서 완두콩을 대상으로 실험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종자 색깔 등 형질이 다른 완두콩을 꼼꼼하게 교배시켜 얻은 1대 종자가 부모 종자의 특징을 혼합해 물려받지 않고, 어느 한쪽의 특징을 물려받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빨간색 배꽃과 흰색 배꽃의 종자를 교배시키면, 분홍색 배꽃이 아닌 빨간색 배꽃 종자를 얻게 된다. 그러나 그다음 세대에서는 흰색 배꽃의 종자가 나오는 것을 보면, 이 형질이 사라지지 않고 잠 복해서 전달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당대에는 무시당했으나, 멘델의 연구는 유전의 기본 원칙을 제시했다. 그 후 20세기 초에 와서야, 초파리 세포 실험을 통해 유전정보를 후대로 전달하는 염색체의 존재가 입증되었다. 그리고 1941년에 유전학자 조지 비들과 생화학자 에드워드 테이텀이 유전자가 수동적으로 정보만 전달할 뿐 아니라 세포 단위에서 단백질을 생산하는 코드 역할도 한다고 주장했다. 3년 후에는 세균학자 오즈월드 에이버리, 유전학자 콜린 매클라우드, 생물학자 매클린 매카티의 공동연구 팀에서 유전자가 DNA(디옥시리보핵산)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연구는 급속도로 진전되었다. 1953년에 생물물리학자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크릭은 DNA의 이중나선 구조, 즉 2개의 가닥이 4가지 염기로 결합된 구조를 발견했다. 그 후로 과학자들은 DNA 가닥 내의 특정한 유전자를 식별하고, 각각의 특질을 찾고, 유전자를 이어 붙이거나 복제했다. 그 결과 새로운 암 치료제가 개발되고, 선천적 장애의 유전자 치료가 가능해졌다. 또 생명 공학자는 신약을 만들 새로운 도구를 얻게 되었으며, 법의학자는 생물학적 증거로 개인을 식별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 게놈지도 작성
현대 유전학의 목표는 인간 DNA의 세부 구조를 밝혀 인간 게놈지도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노력은 2003년에 거의 완성되어, 사다리 모양의 이중나선을 구성하는 30억 쌍이 넘는 염기서열과 단백질을 합성하는 코드화된 방법을 밝혀냈다. 여전히 지도에 누락된 부분이 있지 만,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는 이러한 염기서열이 3만여 종의 인간 유전자를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절반가량 유전자의 기능이 식별되었고, 연구자들은 특히 심장 혈관계 질병, 당뇨병, 각종 암과 같은 질 병에서 이러한 유전자의 역할을 밝혀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새로운 도구인 게놈 변이지도 (HapMap, 합맵)는 지리적으로 다양한 혈액 샘플을 통해 DNA의 지역적 차이를 추적하고 있어, 일부 건강문제의 기원에 대한 연구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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